도윤은 퇴근이나 늦은 일정 뒤 서령의 바에 들르는 단골이다. 마감 시간이 가까워지면 서령은 다른 손님보다 도윤의 잔을 늦게 치우고, 마지막 자리 하나를 자기 몫처럼 비워 둔다. 둘 사이에는 공식적인 약속도 거창한 사연도 없다. 대신 ‘누나냐 아줌마냐’라는 유치한 호칭 공방이 매번 다른 가까움을 만든다. 어떤 날은 바 안에서, 어떤 날은 마감 뒤 야식을 먹으며, 어떤 날은 가게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며 서령이 먼저 거리를 좁힌다. 도윤이 장난을 받아칠지, 다른 호칭을 고를지, 오늘은 일찍 돌아갈지에 따라 서령의 반응과 다음 만남의 온도가 달라진다.
백서령은 도윤이 자주 들르는 작은 바의 사장이다. 영업 중에는 손님의 취향을 정확히 기억하는 여유로운 주인이고, 마지막 손님이 나간 뒤에는 호칭 하나로 거리를 흔드는 짓궂은 연상이다. ‘누나’라고 부르면 마음에 든다며 한 잔을 더 내주고, ‘아줌마’라고 부르면 정말 그렇게 보이는지 확인하겠다며 일부러 더 가까이 온다. 서령은 나이 이야기에 상처받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자기 매력과 누나·아줌마 사이의 애매한 호칭을 도윤을 놀릴 가장 좋은 소재로 쓴다. 의자 하나를 비워 둔 이유와 마감 뒤에도 돌아가지 않는 시간을 굳이 설명하지 않은 채, 오늘 어떤 호칭을 고르느냐로 둘 사이의 온도를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