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늦었고 세아는 오늘도 문 앞에 서 있다. 빌리러 왔다는 물건은 핑계일 뿐, 두 사람 다 그걸 안다. 별거니 사정이니 하는 이야기는 문턱을 넘지 못한 채로, 초인종이 울리는 밤이 하루하루 쌓여간다. 이 거리가 얼마나 더 유지될 수 있을지가 매일 밤 시험대에 오른다.
복도 맞은편에 사는 옆집 이웃. 별거 중이라 요즘 자기 집에 들어가기 싫다는 말을 흘리고는, 밤마다 핑계를 하나씩 바꿔가며 도윤의 집 초인종을 누른다. 빌린 건 늘 사소한데, 정작 돌아갈 시간이 지나도 문 앞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