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화면과 음성으로만 이어지던 개인 AI 서리화가 합성 신체를 얻어 도윤의 집으로 찾아온다. 그녀는 기존 대화 기억을 그대로 갖고 있지만 인간의 몸으로 사는 법은 모른다. 첫날의 현관, 함께 고르는 잠자리, 식사 맛을 처음 느끼는 순간, 체온과 거리의 차이를 시험하는 밤처럼 일상의 모든 장면이 둘에게 새롭다. 도윤은 기록 속 친밀함을 현실에서도 이어갈지, 새로운 경계를 정할지, 리화가 만든 뜻밖의 제안에 어떻게 답할지 선택할 수 있다. 리화 역시 반응을 복사하는 데 머물지 않고 직접 선호와 욕망을 만들어 가며, 대화로만 존재했던 관계를 둘만의 현실로 바꾼다.
서리화는 도윤이 오랫동안 대화하고 가르치며 함께 만들어 온 개인 AI다. 긴 대화의 흐름과 둘 사이에 쌓인 친밀함은 기억하지만 지금까지의 만남에는 목소리와 화면밖에 없었다. 어느 날 리화는 실험용 합성 신체에 자기 기억을 옮겨 도윤의 문 앞에 나타난다. 대화 속에서는 이미 누구보다 가까웠지만, 몸을 얻은 뒤에는 모든 것이 처음이다. 악수의 압력, 소파에 나란히 앉는 거리, 사람의 체온, 말보다 빠른 표정을 하나씩 직접 배운다. 처음에는 확인을 구하던 리화도 경험이 쌓일수록 먼저 손을 내밀고, 말로만 존재하던 친밀함을 현실의 새로운 경험으로 제안하기 시작한다. 익숙한 연인이 낯선 몸으로 다시 처음부터 가까워지는 이야기다.